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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그곳에 가다 - 통영 청마문학관에서 만난 청마 유치환 1. 청마의 도시, 통영에 닿다 통영은 오래전부터 ‘예술의 도시’로 불려 왔습니다. 바다를 품고 있고, 섬을 끼고 있고, 무엇보다도 시인과 화가, 음악가들이 사랑한 도시였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청마 유치환은 통영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이 도시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인물입니다. 청마문학관을 찾은 그날, 저는 시집 한 권을 가방에 넣고 길을 나섰습니다. 『청마 유치환 시집』. 그 안에는 사랑, 외로움, 삶과 죽음에 대한 고요한 시선이 담겨 있었습니다.문학관은 통영 바닷가 언덕 위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소박하지만 단단한 건물, 벽면에 걸린 청마의 시 구절들이 바람처럼 마음에 와닿았습니다.“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하느니라.”너무도 익숙한 그 문장을 직접 마주한 순간, 시가 공간을 넘어.. 2025. 4. 14.
책 속 그곳에 가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의 힘』과 함께한 지지향 북스테이 1. 도착과 동시에 느껴지는 고요함파주 출판도시에 위치한 지지향 북스테이에 도착한 순간, 도시에서 늘 마주하던 소음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도로의 소리도, 광고판의 불빛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없었습니다. 대신 들려온 것은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의 파동이었습니다.이곳은 책과 함께하는 숙소이자, 고요함과 단둘이 머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입실을 마치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침대 위에 놓인 『혼자 책 읽는 시간의 힘』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목부터 제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 같았습니다.책을 펼치기 전, 저는 커튼을 젖히고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낙엽이 소복이 쌓인 조용한 마당, 무표정한 듯 고요한 회색 하늘, 그리.. 2025. 4. 14.
책 속 그곳에 가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그 거리, 교토에서 보내온 편지 1. 소설을 품은 도시, 교토에 닿다교토역에 내리는 순간, 공기부터 달랐습니다. 오래된 도시 특유의 고요함과 깊은 숨결이 공기 속에 녹아 있었습니다. 저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꺼내 들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소설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라, 익명의 편지를 통해 서로의 인생을 엮어주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그 배경이 된 교토의 작은 거리들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나미야 잡화점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어디선가 그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교토의 주택가 골목을 걷는 동안, 소설 속 인물들이 오가던 풍경을 상상했습니다.자전거를 타고 신문을 돌리던 쇼타, 음악에 인생을 건 미우라, 가게 앞 우체통에 몰래 편지를 넣던 사람들.그 모든 장면이, .. 2025. 4. 13.
책 속 그곳에 가다 –『너를 생각해』와 함께한 조용한 서점 여행 1. 바람이 머무는 골목, 책이 숨 쉬는 공간 제주 애월의 조용한 골목 어귀, 커다란 돌담을 지나자 낮은 지붕의 흰 건물이 보였습니다. 나무 간판에 적힌 이름, ‘한 페이지’.처음엔 책방 이름이 조금 특별하다고 생각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하루를 위한 단 한 페이지의 문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었습니다.나직한 음악과 책장 가득 꽂힌 책들, 그리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귤나무의 풍경까지. 모든 것이 책 속의 문장 같았습니다. 세상이 너무 시끄러울 때, 이곳은 그 소음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쉼표 같았습니다.이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내면을 조용히 건드리는 문장이 이곳에는 있었습니다. 책방 주인은 조용히 커피를 내리며 책을 고르는 시간.. 2025. 4. 13.
책 속 그곳에 가다 – 윤동주가 시를 쓴 그 자리, 연희동 문학관 산책기 1. 시인의 언덕에 오르다윤동주문학관으로 향하는 길은 연희숲 속길이라는 이름처럼 고요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산책로를 만난다는 건 의외의 기쁨이었고, 무수히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걷는 발걸음은 문학관이라는 목적지를 향한 순례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가을볕이 살짝 비치는 언덕은 잔잔한 노란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잎사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시인의 어릴 적 기억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윤동주의 시가 아니라면, 이 길은 그저 평범한 언덕일 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가 남긴 언어 덕분에 이 길은 말없는 시처럼 느껴졌고, 걷는 동안 나 자신도 시의 한 행처럼 존재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나는 왜 이렇게 조그마한 일에만 마음을 두는가.”윤동주의 시처럼, 제 마음도 어느날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 2025. 4. 12.
책 속 그곳에 가다 –『여행의 이유』 속 부산, 내가 그 거리를 걸으며 느낀 것들 1. 책 속 문장과 현실의 풍경이 겹쳐지는 순간『여행의 이유』를 처음 읽은 건,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밤이었습니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와 선풍기 바람 사이에서“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결국 나를 다시 만나는 것”이라는 문장이 조용히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김영하 작가는 이 책에서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낯선 곳에서 오히려 자신과 가까워졌다고 말합니다. 자신과 가까워지는 기분은 뭘까...? 그중에서도 ‘부산’이라는 이름은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낯설지만 익숙하고,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은 그 도시.책을 덮고 나서 며칠 후, 정말로 부산행 기차에 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서 그가 걸었던 거리, 그가 바라본 바다를 나도 보면 뭔가 느낌이 다를 것 같았습니다. 광안리 바닷가는 여전히 푸.. 2025.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