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08 남해에서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남해는 바다보다 바람이 먼저 다가오는 곳입니다.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바람은 늘 방향이 달라 그날의 감정을 결정짓습니다. 남해로 향하던 날도 그랬습니다. 잔잔한 바다와는 달리, 바람은 거세게 내게 불어왔습니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책을 들고 떠난 남해. 이 책은 우리의 일상적 선택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용하지만 단단한 문장으로 전합니다. 지구라는 집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묻는 책. 그 물음을 남해의 바다 앞에서 조용히 마주하고 싶었습니다.1. 바람의 언덕, 풍요와 바람의 모순남해의 상징 같은 바람의 언덕. 푸른 초원과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풍경은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2025. 4. 20. 여수에서 『여수의 사랑』 여수는 도시보다는 풍경으로 기억되는 이름입니다. 지명이라기보다 풍경의 감정, 바다의 언어. 이번에 여수를 찾은 건 오직 그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김훈의 『여수의 사랑』이라는 책에서 느꼈던, 바람과 시간과 상처가 겹겹이 쌓인 그 도시의 결을 보고 싶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은 작고 슬펐고, 말보다 눈빛이 많았으며, 설명보다 풍경이 많았습니다. 그곳을 걸으며 그 서사의 바깥을, 아니 그 잔향을 따라가 보고 싶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이 도시의 이름과 결합될 때, 거기엔 어떤 풍경이 있을까. 그렇게 천천히 여수로 향했습니다.1. 이순신 광장, 말보다 조용한 바다여수의 중심, 이순신 광장은 사람들로 붐비지만, 그 바다 앞에 서면 말이 줄어듭니다. 광장의 끝에 서서 한참이나 그곳을 바라보았습니다. 『여수의 .. 2025. 4. 20. 연남동에서 『아무튼, 비건』 서울의 골목 중 유독 감정이 잘 들리는 곳이 있다면, 그건 연남동일 것입니다. 번화한 홍대 거리에서 살짝 벗어난 이 동네는, 어느 순간부터 조용한 위로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골목마다 독립 서점과 감성 카페, 채식 식당, 그리고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는 작은 공원까지. 처음엔 ‘힙하다’는 말로 이 공간을 설명했지만, 이제는 ‘조용히 나를 만나는 동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비건』을 읽고 난 뒤 이곳이 다시 보고 싶어 졌습니다. 세상을 향해 소리치기보다, 조용히 말 걸고 싶을 때. 그럴 땐 연남동이 어울리죠. 비건이라는 삶의 태도도, 이 조용한 골목과 어딘가 닮아 있었습니다.1. 채식 식당에서의 느린 점심연남동에는 비건 또는 비건 프렌들리한 식당들이 꽤 많습니다. 그중 제가 찾은 곳은 조용한 골목 끝.. 2025. 4. 19. 도쿄에서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도쿄는 언제나 특별한 이름입니다. 타국의 수도라는 상징성 때문이 아니라, 도시의 섬세하고 조용한 리듬 때문이죠. 수많은 사람들이 걷는 길인데도 혼자 걷기에 좋은 도시. 복잡한 지하철 노선 속에서도 자기만의 방향을 잃지 않는 곳. 이번 도쿄 여행에서는 특별한 관광지를 찾지 않았습니다. 쇼핑도, 인기 있는 맛집도 목적은 아니었고, 대신 마음이 조용해지는 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이번 여행에 동행한 책은 바로 백세희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입니다. 감정의 진폭이 큰 하루하루 속에서, 어쩌면 이 도시가 내 안의 혼란과 평온을 동시에 비춰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1. 진보초, 책과 고요의 거리도쿄의 진보초는 헌책방 거리로 유명합니다. 오래된 책 냄새와 조용한 걸음 소리만이 공기를 채우고 있습니다... 2025. 4. 19. 책 속 그곳에 가다 - 속초 & 『바다가 들린다』 속초는 언제 가도 낯설지 않은 바다 도시입니다. 북적이는 시장과 수많은 관광객, 그리고 언제나 열려 있는 바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조금 다른 속초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해변을 따라 걷는 것 대신, 조금 더 안쪽으로, 조용한 풍경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바다가 들린다』라는 책을 읽고 나서부터였죠. 책 속 인물들이 바다를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듯, 나도 바다와 마주하는 감정의 여정을 걷고 싶었습니다. 익숙한 장소가 낯선 감정을 불러일으킬 때, 그곳은 더 이상 관광지가 아닌 ‘나만의 공간’이 됩니다. 그래서 이 책과 함께 속초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조용히, 조금 더 천천히. 사람들 사이에 섞이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여행을 해보기로 했습니다.1. 설악해변, 고요함이 시작되는 자리속초의 해변.. 2025. 4. 18. 책 속 그곳에 가다 - 강릉 명주동 & 『삼청이발관엔 어제와 오늘이 같이 앉아있다』 강릉이라는 도시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생각합니다. 정동진의 일출, 안목항의 커피거리, 초당순두부처럼 관광지로서의 강릉은 분명 화려한 얼굴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바다가 아닌 도시의 안쪽, 명주동이라는 조용한 골목이었습니다. 『삼청이발관엔 어제와 오늘이 같이 앉아있다』라는 책을 읽고 난 후, 책 속 문장처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풍경’을 실제로 만나고 싶어 졌습니다. 명주동은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공간처럼 느껴졌고, 저는 그 속에서 오래된 감정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 도시는 낡았지만 따뜻했습니다. 그 따뜻한 바다를 등지고, 기억이 머무는 골목으로 향했습니다. 이 선택은 여유로운 산책과 오래된 기억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1. .. 2025. 4. 18. 이전 1 ··· 3 4 5 6 7 8 9 ···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