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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그곳에 가다 – 『오사카 소년 탐정단』을 따라, 신세카이의 골목을 걷다 1. 소설 속 도시, 오사카로『오사카 소년 탐정단』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펼쳐낸 미스터리이자, 오사카라는 도시의 매력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함께 사건을 풀어갔을 만한 책이죠. 탐정이 등장하고 사건이 벌어지지만, 그것은 이 소설에서 중요한 뼈대가 아닙니다.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오사카라는 도시 그 자체, 그리고 그 안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들고 오사카의 신세카이로 향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뛰놀고 웃고 부딪혔던 그 골목을 걷고 싶었기 때문입니다.신세카이는 오사카에서도 특히 독특한 색을 지닌 동네입니다. 고층 건물과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우메다나 난바와는 다른 분위기. 이곳은 20세기 초의 흔적을 품고 있는 공간이자, 여전히 오사카의.. 2025. 4. 17.
책 속 그곳에 가다 - 『종로의 기원』을 품은 서촌 1. 책 속 단어 하나에 이끌려, 서촌으로“종로는 길이 아니라 기원이다.” 박상우 작가의 『종로의 기원』을 덮고 난 뒤, 가장 오래 마음에 머문 문장입니다. 도시는 늘 새롭게 바뀌지만, 어떤 장소는 그 이름 하나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서촌은 그중 하나입니다. 광화문과 경복궁이라는 거대한 이름 옆에 작고 조용히 놓인 동네. 아기자기한 골목길도 가득하지만 이곳이야말로 조선의 숨결, 식민지 시대의 그림자, 해방 이후 삶의 반복이 겹겹이 쌓여 있는 곳입니다.『종로의 기원』은 그 이름을 통해 도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서쪽 동네’라는 단순한 지명이지만, 그 속엔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마주 서 있습니다.책 속에서는 종로의 기원을 쫓는 여정이지만, 저는 그 경계를 따라 걷는 방식으로 서촌을.. 2025. 4. 17.
책 속 그곳에 가다 -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여행』 속 나라공원을 걷다 1. 유시민의 문장을 따라, 나라로 향하다나라라는 도시는 일본 속에서도 특별한 고요함을 간직한 곳입니다. 유시민 작가의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여행』에서 이 도시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존재를 사색하게 만드는 공간’으로 등장합니다.책을 통해 나라공원의 사슴과 그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나는 문득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결국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나라공원은 단순히 사슴이 있는 공원이 아닙니다. 고대의 숨결을 머금은 절과 신사, 그리고 그 사이를 여유롭게 오가는 사슴 무리. 마치 시간과 공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이 풍경은 책 속 묘사 그대로였습니다.“고요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묻는 경험” – 유시민특히 아침의 나라공원은 사람보다 사슴이 더 많은 풍경이 펼쳐.. 2025. 4. 16.
책 속 그곳에 가다 - 『파란 집, 하늘 아래』의 배경, 가마쿠라를 걷다 1. 소설의 장면을 따라, 가마쿠라로 도쿄에서 전철로 약 한 시간 남짓, 바다를 품은 조용한 마을 가마쿠라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무레 요코의 소설 『파란 집, 하늘 아래』의 주요 배경지이자, 잊고 지냈던 ‘느린 삶’을 되찾게 해주는 공간입니다.바다 내음이 묻은 골목길과 오래된 찻집, 자전거를 끌며 걷는 주민들의 모습까지. 소설 속 장면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진 순간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그 집, 그 마당, 그 골목. 저는 지금 그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가마쿠라는 슬램덩크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이 소설은 그 이면을 보여줍니다. 유명한 신사나 절보다는 소소한 일상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 그런 점에서 『파란 집, 하늘 아래』는 여백이 많은 소설입니다.인물들의 대화도, 갈등도 조용하지만, 그 속에.. 2025. 4. 16.
책 속 그곳에 가다 – 『아무튼, 전주』와 함께한 느린 여행 1. 책을 따라 도착한 도시, 전주전주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아늑히 자리한 도시였습니다. 화려한 관광지보다 골목의 고요함이 더 잘 어울리는 곳. 『아무튼, 전주』를 읽고 나서, 그전까지 관광지로만 여겼던 전주의 이미지가 바뀌었습니다.책 속 전주는 ‘느린 감정’을 허락하는 도시였고, 골목마다 삶이 묻어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시작점은 지도도 앱도 아닌 책 속 문장이었습니다.“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천천히 따라 걷는다.”그 문장이 떠올라, 그 문장처럼 저는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전주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옥마을 근처에 도착한 후, 길게 이어진 돌담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커피보다 차가 어울리는 거리, 전동성당과 풍남문, 그리고 조용한 찻집 하나. 책에서 읽은 공간들이 이토록 현실로.. 2025. 4. 15.
책 속 그곳에 가다 - 『나는 내 편이라고 말해주기로 했다』와 함께한 감정의 서점 여행 1. 혼자 있고 싶을 때 찾는 서점서울 성산동 한 골목. 큰 간판 하나 없이 조용히 숨어 있는 서점 하나가 있습니다. 고요서사. 이름처럼 조용하고, 사적인 공간입니다.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이 서점을 찾았지만, 실은 마음이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북적이는 공간에 지쳐 있을 때, 말보다 침묵이 필요할 때, 무엇보다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그리울 때 더할 나위 없는 곳입니다. 서점 입구에 들어서자 나무 향기와 잔잔한 음악, 낮은 책장들이 마음을 천천히 내려앉게 해 주었습니다. ‘조용히 둘러봐 주세요’라는 문구가 더없이 다정하게 느껴졌습니다.고요서사는 단순한 책방이기보단 누군가의 속마음이 놓여 있는 공간 같습니다. 책 한 권, 문장 하나가 그저 활자가 아니라, 감정의 조각처럼 와닿는 곳. 저는 이곳에서는 『.. 2025.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