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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그곳에 가다 - 『나는 내 편이라고 말해주기로 했다』와 함께한 감정의 서점 여행

by s-dreamer 202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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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혼자 있고 싶을 때 찾는 서점

서울 성산동 한 골목. 큰 간판 하나 없이 조용히 숨어 있는 서점 하나가 있습니다. 고요서사. 이름처럼 조용하고, 사적인 공간입니다.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이 서점을 찾았지만, 실은 마음이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

북적이는 공간에 지쳐 있을 때, 말보다 침묵이 필요할 때, 무엇보다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그리울 때 더할 나위 없는 곳입니다. 서점 입구에 들어서자 나무 향기와 잔잔한 음악, 낮은 책장들이 마음을 천천히 내려앉게 해 주었습니다. ‘조용히 둘러봐 주세요’라는 문구가 더없이 다정하게 느껴졌습니다.

고요서사는 단순한 책방이기보단  누군가의 속마음이 놓여 있는 공간 같습니다. 책 한 권, 문장 하나가 그저 활자가 아니라, 감정의 조각처럼 와닿는 곳. 저는 이곳에서는 『나는 내 편이라고 말해주기로 했다』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날 제게 가장 필요한 말 같았기에, 자연스럽게 손이 갔습니다. 서점의 조명은 따뜻했고, 그 분위기 속에서 책을 꺼내 드는 순간,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2. 『나는 내 편이라고 말해주기로 했다』, 가장 조용한 위로

이석원 작가의 『나는 내 편이라고 말해주기로 했다』는 복잡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가만히 다독여주는 책입니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따뜻한 문장이 마중합니다.

“상처받았다고 다 아픈 건 아니야. 어떤 건 그저 지나가는 일이야.”

저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나를 지키고 위로해주는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가 조용히 가슴에 닿았습니다.

서점 한쪽에 마련된 작은 테이블에 앉아 책장을 넘겼습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일기처럼 느껴지고,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했습니다. 밖에서는 겨울바람이 스쳤고, 서점 안은 따뜻했습니다.

그 온도 차이만큼이나, 책과 현실의 간극이 느껴졌고, 그 사이에서 마음이 정리되어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고요서사와 이 책은 서로 닮아 있었습니다. 큰 소리 없이,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존재.

책의 문장들은 날카로운 충고가 아니라 부드러운 속삭임처럼 다가왔습니다.

“네가 네 편이 아니면 누가 너를 지켜주겠어?”

이 구절 처럼 누구도 나를 대신해 살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으며, 저는 스스로에게 더 따뜻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내 편’이라는 말의 무게

책을 읽다 문득 ‘내 편’이라는 단어를 곱씹어 보았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자신에게 그런 말을 건넬 수 있을까요. 누군가의 인정보다, 나의 다정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고 지내는 날이 많습니다. 『나는 내 편이라고 말해주기로 했다』는 그 사실을 일깨워주는 책이었습니다.

지나간 일들을 돌아보며, 한때는 내가 나에게 너무 가혹했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고요서사의 조용한 분위기 덕분인지, 그 문장을 읽으며 눈물이 조금 났습니다.

누군가에겐 아무렇지 않은 하루일지 몰라도, 때로 나에게는 버티느라 애쓴 하루였다는 걸, 이 책과 서점은 알아봐 주는 듯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위로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저도 제 감정을 스스로 감싸 안고 싶어졌습니다.

지나간 감정을 떠올리는 건 때로 아프지만, 그것을 마주하고 껴안는 용기가야말로 가장 필요한 감정이라는 걸 이 책은 알려줍니다. 고요서사의 공간 안에서 책과 내가 서로 기대듯 앉아 있었고, 그 순간만큼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문장 하나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말, 그 진심이 저를 채워주고 있었습니다.

4. 책방에서 나오는 발걸음, 조금은 가벼워지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고요서사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책 위에 머물렀고, 저는 한 문장을 노트에 적었습니다.

“나는 나에게 가장 오래 머무는 사람이다.”

그 말을 곱씹으며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이 시간이 아니었다면, 아마 오늘 하루도 무심히 지나갔을지도 모릅니다.

책방을 나설 때, 작은 책갈피 하나를 받았습니다. ‘당신의 속도대로 괜찮아요.’ 적혀 있는 그 한 줄이 하루의 마침표가 되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고요서사를 나와 성산동 골목을 걷는 발걸음은 이전보다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책이, 서점이, 그리고 한 문장이 제 마음의 결을 조금씩 다듬어준 덕분입니다.

사람마다 감정의 속도는 다르고, 치유의 방식도 다르겠지만, 고요서사에서의 시간은 저에게 가장 알맞은 속도로 흘러갔습니다. 그 서점은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처럼 조용히 곁에 있었고, 그 감정이 참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문득 힘든 날이 오면, 저는 다시 이 서점을 그리고 이 시간을 떠올릴 것입니다. 고요하게, 하지만 분명히 나를 위로해 주던 그 공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