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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해가 뜨는 자리에서 사유하다

by s-dreamer 2025.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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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은 해가 먼저 도착하는 도시입니다. 동쪽의 바다는 아침을 가장 먼저 품고, 사람들은 그 해를 보기 위해 호미곶으로 모입니다. 김영민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그런 포항과 닮아 있는 책입니다. 새벽, 죽음, 고요함, 그리고 사유. 이 책은 인생이라는 이름 아래 질문을 던지는 글이며, 포항의 동해 바다 앞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잘 겹쳐지는 기분이 듭니다. 해가 떠오르며 세상을 밝히듯, 때로는 어두운 생각들이 우리 삶의 윤곽을 더 뚜렷하게 만듭니다. 포항에서의 여행은 그런 '사유와 함께 하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1. 호미곶 – 죽음을 생각하는 아침

호미곶의 새벽은 고요하고 엄숙합니다. 해가 수평선 위로 떠오를 때, 사람들은 고요해집니다. 사진을 찍는 것도, 말을 건네는 것도 잠시 멈춥니다. 김영민 작가는 말합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삶을 낫게 만든다.” 그 말은 해맞이 광장에서 더욱 실감 나는 표현 입듯 합니다. 삶이 끝날 수 있다는 전제는, 하루의 시작을 더 귀하게 만들어 줍니다. 찬 바람 속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 그 질문 하나로 하루가 바뀌고, 그 하루들이 모여 삶이 되어 갑니다.

호미곶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이 없었습니다. 태양이 수평선 위로 떠오를 때, 말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한 탓인 것 같습니다. 해를 맞는 행위는 단순한 새해 이벤트가 아닙니다. 그 순간만큼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김영민 작가는 죽음을 생각하되, 죽음에 머물지 않는 사유를 강조합니다. 바로 그곳, 호미곶에서의 새벽은 죽음을 떠올리는 아침이지만, 역설적으로 ‘다시 살아야겠다’는 다짐의 자리였습니다. 태양은 매일 뜨지만, 우리에게는 늘 다른 의미로 도착하죠. 그 사실이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만듭니다.

2. 영일대해수욕장 – 흐르는 풍경 속 고요한 사유

영일대는 낮에도 조용하지만, 이른 아침엔 특히 고요합니다. 잔잔한 파도가 들려주는 소리는 생각을 유도합니다. 김영민은 책에서 ‘고요한 사고의 시간’을 강조합니다. 영일대의 파도는 말하자면 철학의 리듬입니다. 반복되지만 단순하지 않고, 익숙하지만 결코 무디지 않습니다. 벤치에 앉아 있는 노부부, 조용히 걷는 산책객들 사이에서 나도 조용히 생각에 잠깁니다. 질문이든 후회든, 떠오르는 감정들을 억누르지 않고 마주하는 법을 이 바닷가에서 배웁니다.

영일대해변은 커피 한 잔을 들고 걸을 때 가장 좋습니다. 사람들은 해변을 걷거나, 의자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파도가 말없이 말을 건네는 그 순간, 오히려 가장 많은 생각이 떠오르곤 합니다. 김영민 작가는 ‘무심코 살아내는 삶’을 경계합니다. 파도의 리듬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도 때로는 반복됩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감정과 의미를 구분하고, 오늘의 나를 어루만질 줄 아는 태도야말로 진짜 성찰이겠죠. 영일대의 잔잔한 풍경 속에서, 나는 내가 살아낸 시간들을 조용히 복기했습니다. 다정하게, 천천히.

3. 구룡포 근대거리 – 지나간 시간과의 대화

포항의 구룡포는 과거가 현재에 여전히 존재하는 장소입니다. 오래된 일본식 가옥, 근대사 박물관, 좁은 골목들은 시간의 층을 품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삶은 해석되지 않으면 낭비된다”고 말합니다. 구룡포를 걷다 보면, 그 문장이 자꾸 떠오릅니다. 이 거리는 단지 오래된 풍경이 아니라, 기억과 상처, 그리고 회복의 장소입니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온 시간들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우리는 계속 묻고, 돌아보고, 써야 합니다.

구룡포 근대거리는 과거가 멈춰 있는 곳이 아닙니다. 오래된 일본식 가옥의 문을 열면, 그 안에 수십 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장면, 되돌릴 수 없는 말, 멈춰버린 기억들이 그 안에 있습니다. 김영민 작가는 해석되지 않은 삶은 반복된다고 말합니다. 나는 구룡포 골목을 돌며, 내 안의 오래된 기억들과도 마주했습니다. 그 장면들이 나를 형성했고, 지금의 감정을 만든다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과거를 외면하지 않는 용기가 이 골목에서 시작됐습니다.

4. 죽도시장 – 일상의 무게와 생의 온기

죽도시장은 포항에서 가장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생선 비린내, 상인의 목소리, 분주한 손길들 속에 삶이 흐릅니다. 철학은 때로 일상에서 가장 잘 작동합니다. 김영민 작가는 말합니다. “깊이 있는 사고는 삶의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죽도시장에서의 풍경은 거창하지 않지만, 그 안에는 매일을 버티는 힘이 있습니다. 질문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저 살아내는 것 자체가 대답이 되기도 합니다. 죽음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죽도시장은 활기가 넘칩니다. 시끌벅적한 소리, 웃음, 잔소리, 흥정이 뒤섞인 공간. 그러나 그 안에서도 철학은 자랍니다. 삶은 고요한 책상 위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비린내 나는 일상 한복판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을 동시에 느낍니다. 김영민 작가는 말합니다. "죽음이 삶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면, 삶은 빛을 더 가질 수 있다." 죽도시장은 그렇게 삶의 밝음과 어두움을 함께 보여줍니다. 나는 생선을 고르는 상인의 손끝에서, 삶을 정직하게 살아내는 사람의 품격을 봤습니다. 그것이 철학이고, 그것이 실천입니다.

결론 – 생각은 삶을 붙잡는다

포항은 나에게 조용한 충격이었습니다. 바다와 바람, 그리고 사람들. 그 속에는 삶의 끝과 시작이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김영민 작가의 글이 던지는 질문들은 포항이라는 도시 안에서 녹아 들었습니다. 호미곶에서의 아침은 생의 찬란함을, 구룡포의 골목은 시간의 무게를, 죽도시장은 일상의 위엄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어쩌면 삶을 더 뜨겁게 품기 위한 전제인지도 모릅니다.

생각은 삶을 붙잡습니다. 그것이 이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사유는 특별한 장소에서만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머무는 자리, 우리가 마주한 풍경, 그리고 우리가 지나온 시간 속 어디에서든 깃들 수 있다는 것을 포항에서 깨달았습니다.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제는 그 질문들과 함께 걷는 법을 배운 듯합니다. 이 조용한 철학 여행은 그렇게, 또 하나의 마음의 지도 위에 자리 잡았습니다.

여행은 끝났지만, 그 질문들은 다시 일상을 비춥니다. 다시 돌아온 삶의 자리에서, 나는 가끔 포항의 새벽을 떠올립니다. 그곳의 해가 떠오르던 순간을. 그 찬란했던 고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