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보다 나 자신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그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순간은 드뭅니다. 삶이 버겁고, 관계가 흔들리고, 내 마음이 방향을 잃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되묻습니다. ‘지금 나는 나와 잘 지내고 있을까?’ 자기 자신과의 관계는 모든 인간관계의 출발점이자, 가장 오래 지속되는 관계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감정과 이성이라는 두 축이 있습니다. 감정은 신체에서 비롯된 정직한 신호이고, 이성은 그 감정을 해석하고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입니다. 우리는 종종 이 둘을 대립적으로 여기지만, 사실 그 둘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자기 이해는 깊어지고, 자존감도 단단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와 『자존감 수업』을 통해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감정과 이성의 균형을 어떻게 삶에 적용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1.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겪는 가장 큰 혼란 중 하나가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고, 감정을 억누르는 가운데 우리는 점점 자기 자신과 멀어집니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묻습니다. “지금 당신은 진짜 당신인가요?” 저자는 감정은 결코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알아가는 가장 직접적인 신호라고 말합니다. 두려움, 외로움, 분노, 기쁨—그 모든 감정은 내 안에 살아 있는 인간임을 증명하는 증거이며, 이 감정들에 솔직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나를 만나게 됩니다. 책은 화려한 문장이 아닌 담백한 진심으로, 독자가 자신을 돌아보고 작은 변화의 결심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습니다.
2. 『자존감 수업』 – 감정을 인식하고 이성으로 다루는 연습
윤홍균 작가의 『자존감 수업』은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의 시선으로, 자존감의 본질을 따뜻하게 풀어낸 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이라는 복잡한 영역을 이해하고, 그것을 이성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작은 감정에도 쉽게 휘둘립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무너지고, 실수 하나에 자신을 부정합니다. 저자는 이런 감정의 패턴을 인식하고 기록하며, 감정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제안합니다. ‘감정에 이름 붙이기’, ‘자기 자신에게 다정한 말 건네기’ 같은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은 감정을 억제하지 않으면서도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제공합니다. 책은 따뜻한 위로를 넘어, 자기 자신과 건강하게 지내기 위한 실질적인 도구가 되어줍니다.
3. 감정과 이성의 공존 – 두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와 『자존감 수업』은 서로 다른 어조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법을 말하지만, 그 뿌리는 같습니다. 두 책 모두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것에 휘둘리지 않도록 이성의 언어로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수현 작가는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자존감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윤홍균 작가는 감정을 관찰하고 조율하는 것이 자존감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전자가 ‘감정의 진정성’을 강조한다면, 후자는 ‘이성의 훈련’을 통해 감정의 깊이를 다룰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 두 책은 상반되는 듯 보이지만, 결국 ‘감정과 이성은 모두 나를 위한 언어’라는 공통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감정을 억제하거나 이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삶의 기술을 익히는 일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가장 모르고 외면하기 쉬운 대상도 ‘나’입니다. 내 감정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이성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은 어렵고 느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단단함은 삶의 어떤 관계보다 깊고 오래갑니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무너질 때 우리는 외부의 어떤 인정으로도 만족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세상의 모든 관계를 보다 여유롭게,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감정은 나의 현재를 알려주는 신호이고, 이성은 그 신호를 바탕으로 나의 길을 만들어가는 힘입니다. 오늘 하루, 당신은 자신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나요?